테디레오아빠 2024. 7. 5. 16:51

새벽, 시원한 바람이 조용히 창문으로 넘어오고 듣기좋은 새소리도 울리고 있다. 낮부터 저녁까지 100도를 넘나드는 더위로 간밤엔 여러번 뒤척였었다. LA 에서 사온 여름용 이불이 가볍고 몸에 감기지않아 좋다. 1층으로 내려가 와이프 얼굴을 본다.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 마누라, 또 고양이가 새벽에 깨웠으리라. 우리 일상이다. 고양이는 안방 침대로 올라와 자고 새벽이면 어김없이 주인을 깨운다. 밥을 달라거나 밖에 나가겠다는 것. 레오는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우리는 늘 새벽잠을 깨야 한다. 마누라 얼굴을 쓰다듬고 키친으로 와서 커피내릴 준비를 한다. 차가워진 공기가 채워진 공간 안에 진한 커피향이 가득하면 기분도 좋아진다. Breville 로 내리는 Peet’s 커피 에스프레소는 일품이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 Pleasanton Down Town 에 있는 Peet’s 커피 숍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풍미가 좋다. 커피향과 더불어 그 사이로 흐르는 동네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건너편 화랑 안의 그림들과 그 너머로 채워지는 잔듸의 푸른 색은 아침 햇살과 함께 그 정취를 더한다. 작은 평화가 커피 한잔에 담겨진다. 그래서 였을까? 내리는 커피를 뒤로하고 Breville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된 것이. 전원을 켜면 기계안에 있는 보일러에 압력이 가해지는 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소리로 와이프 단잠을 조금 깨우고 커피를 가는 소리가 조금 더 나면 비로소 와이프가 안방에서 눈을 부비며 나온다.
”커피 준비할께. 마실거지?“
늘 하는 멘트이지만 오늘도 같은 멘트를 날린다. 같은 컵 두개를 나란히 놓고 커피를 내리면 커피향은 온 집안에 퍼진다. 오늘따라 커피향이 좋다. 식탁에 둘이 앉고 어제 한국마캣에서 사온 단팥빵 한개를 냉장고에서 꺼내 아침 식사로 대신한다. 한국과 서양의 만남이다. 그 사이 레오가 바깥에서 울고 문을 열어주고 밥을 챙겨준다. 잔잔한 음악이라도 있었으면 좋을까? 아니다. 아이들 얘기하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 좋다. 커피잔 내려 놓는 소리, 레오가 밥을 다 먹고는 식탁에 올라와 우리 둘 사이로 털푸덕 눕고는 꼬리를 재멋대로 흔든다. 빵봉지 소리가 들리면 식탁 밑에선 강아지 테디가 시선을 빵에 고정한채 집중을 한다. 빵의 한쪽을 떼어 밥그릇에 넣어놓으면 테디는 자기밥보다 더 맛있게 흡입한다. 이른 아침은 천천히 흐른다. 오늘은 수요일. 회사에 가야한다. 와이프에게 김밥을 점심으로 싸달라고 하고 샤워를 하러 간다. 샤워후에 샤워실 유리부스에 붙어있는 물기를 닦아내고 간단하게 청소를 한후 머리를 말리고 전기면도기로 꼼꼼히 수염을 깎아내고 로션을 얼굴에 바른다. 오늘은 뭘로 입을까? 몇일 전에 바지통이 좁은 약간 젊은 티가 나는 바지 두벌을 샀는데 그중에서 연한 갈색으로 입고 짙은 초록색 반팔 폴로를 입는다. 약 4킬로의 체중감량 덕분에 배가 들어가 전체적인 핏은 살아보인다. 썬블락 크림을 바르고 머리를 빗질한다.
Jo Malone, 와이프가 아빠의 날에 사준 향수를 손목 안쪽에 뿌리고 다시 한번 더 뿌려 귓볼 뒤에 묻히고 거울을 본다. 굵은 무크향이 여운을 남기고 몽블랑과 비슷하면서도 스치는 느낌이 살짝 다른 숙성된 향기가 전체적인 균형을 완성한다. 컴퓨터와 헤드셋, 안경, 계산기 그리고 마우스를 가방에 넣고 와이프가 준비한 도시락과 커피가 든 텀블러를 챙긴다. 게스트 화장실을 지나 빨래 룸을 거쳐 차고에 가서 차고문을 열고 차 트렁크에 가방과 도시락 그리고 회사에서 입을 청색 노스페이스 잠바를 넣는다. Charger cable 을 분리하고 와이프와 손인사를 나누고 운전석에 오른다. 후진모드를 넣고 위잉하는 후진 소리를 들으며 차고를 빠져나와 드라이브로 전환한다. 8시 30분,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