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3월
3월은 따스하고 아직은 차며 생기가 돋는다.
2월 말은 손에 땀이 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지난 2년동안 2개의 큰 project 를 실패하고 깊은 절망 가운데로 내 몰려있었다. 생각으로는 쉬운 일이었으나 막상 제품이 나오면 이상한 현상들이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9월은 절정에 있었다. 2 제품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하다 실패한 제품을 넘겨받은 것이지만 나 역시 그런 실력없는 사람들의 한쪽이 되는듯한 느낌에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왜일까?를 수만번도 되물어 보았지만 답은 멀어져만 보였다. 멀어져 보일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답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생각을 했었다. 20년동안 쌓아온 경험이 그렇게 물거품이 되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아침에 일어나 회사를 가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가지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중에 문득 네가 모르면 누구도 모른다는 속삭임과 그러니 꼭 해결하라는 울림이 머릿속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실패한 data 를 다시 검토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거였다는 결론이 났다.
그러나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궁리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이것을 그만두어야 하느냐 아니면 계속 밀어 부쳐야 하느냐를 가지고 또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process 문제였던 것이다. 따라서 다시한들 똑같은 결론이 날거란 생각을 했다. 그러니 다시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다.
다음날 문득 새벽에 서성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좋은 해결책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회로를 바꾸는 것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에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고 회로를 교체하는 것으로 승인을 얻었다.
무려 3개월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비로소 한 줄기 빛이 비추이는 듯했다. 그리고.....
2011년 2월 말에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예상대로 chip 은 잘 동작을 했고 sample 을 제공할 계획을 수립했다. 더군다나 이 제품으로 인해 이제는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람을 판단하고 일을 판단하는데 직관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동안 나는 너무 작아보이고 형편없어 보이는 늪에 빠져 있었다. 가족들도 덩달아 힘들었을 거같은데....
춘3월. 날은 이제 햇살로 가득하고 따스한 온기가 생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